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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문학전집

[책]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인물들, 그들의 문장, 작가의 철학

by 헬로우제주 2023. 3. 13.

레프 톨스토이 안나 카레니나 1, 2, 3

소설의 분량이 워낙 방대해서 서평을 쓸까말까 고민하다가 세계문학에 러시아 고전문학이 빠질 수 없으므로! 러시아가 요새 세계 최대의 민폐국이긴 하지만 예술에 있어서 러시아를 빼고 이야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의 대표작 안나 카레니나의 등장인물들, 그들의 문장들, 그리고 작가의 철학까지 알아보겠다. 

 

1. 인물들 - 안나, 카레닌, 브론스키, 레닌에 대하여

20여년 전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땐 '아니, 이런 아침드라마보다 더 심한 막장드라마라니!" 싶었는데 나이가 들어 다시 읽으니 막장 코드로 읽히기보다는 캐릭터들의 감정선, 각기 다른 가치관, 그에 대한 탁월한 심리묘사 등에 감탄하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들게 됐다. 방대한 줄거리를 짧게 요약하기 보다는 대표 등장인물의 짤막한 소개로 글의 줄거리를 대신하겠다. 이 장대한 이야기의 주인공 안나, 그녀의 남편 카레닌, 그녀의 남자 브론스키, 작가의 대변인(?) 레닌에 대하여.

1) 안나 아르카디예브나 카레니나

매력적인 사교계의 유명인사. 요즘이라면 인플루언서? 남편과 아들이 있지만 매력남 브론스키를 만나 불륜에 빠지게 되고 그 사이에서 딸까지 낳게 된다. 그러나 전 남편 사이에서 낳은 아들에 대한 죄책감과 그리움에 막 태어난 딸을 돌보지 않고 식어가는 브론스키의 애정에 불안해 한다. 세간의 평판, 두고온 아들에 대한 그리움, 무너진 자신감, 브론스키의 원망에 사로잡히다 결국 열차를 뛰어드는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 

2)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 카레닌 

안나의 남편이자 고위 관료. 그는 원리원칙, 자신의 명예와 평판을 매우 중요시하는 고지식한 성격으로 안나의 불륜을 눈치채고도 모른 척한다. 무심하고 차가운 인물로 나오지만 나중에는 안나와 브론스키를 용서하고 안나가 죽은 후 그들 사이의 딸을 입양한다. 

3) 알렉세이 키릴보비치 브론스키

기병대 중위 출신의 젊고 유망한 군인. 백작. 우연히 만난 안나에 빠져 그녀가 유부녀인 것을 알면서도 열정적으로 구애한다. 그녀가 마음을 받아들인 후 한 동안은 행복한 시간을 보내지만 시간이 지날 수록 그녀에 대한 사랑이 점점 식어간다. 책임감 있게 그녀를 돌보긴 하지만 그에게는 이제 그녀와의 사랑보다 더 중요한 사회활동이 많아진다. 안나가 죽은 후 충격에 빠져 지내다가 사비로 기병부대를 만들어 전쟁에 참전하다. 본인의 멋있음에 취해있는 인물이나 본인과 닮은(그러나 그보다 신분이 높은) 타국 왕자의 애티튜드에 빈정이 상하는 그의 모습에서 그의 위선적인 성격이 드러난다.

4) 콘스탄틴 드리트리예비치 레빈

안나 오빠 스티바의 절친. 소설 초반 키티를 만나 구애하지만 키티는 브론스키에게 마음을 뺏겨 그의 구애를 거절한다. 브론스키에게는 열등감을, 키티에게서는 상처를 받은 그는 본가 시골로 내려와 농장 지주의 삶을 산다. 그 후 브론스키와 안나의 관계에서 상처를 받은 니키에게 다시 청혼하여 결혼한다. 그는 지주의 삶을 살면서도 끊임없이 삶과 (특히)죽음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다 마침내 종교에서 그 의미를 찾는다. 그는 작중에서 작가 톨스토이를 가장 많이 투영한 인물로 톨스토이는 그의 말을 빌려 자신의 철학을 독자에게 전달하기도 한다. 

 

그 외에 가정에 대한 책임감이 부족하고 낭비벽이 심한데다가 바람까지 피우는 천하의 나쁜놈이지만 꾸밈없는 성격과 친화력으로 마당발 역할을 하는 안나의 오빠 스티바, 남편의 불륜에 분노하다가도 결국 가정을 지키기로 한 속깊고 정많은 스티바의 아내 돌리 등 여러 인물들이 등장해 소설의 다양한 군중상을 보여준다.

 

2. 등장인물들의 문장들

1) 안나의 문장

"안나의 얼굴은 환희에 도취되어 있었다. 타오르는 듯한 눈빛, 흥분에 찬 미소, 격렬하고 우아한 몸짓, 그것은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여인의 자신감에서 나오는 것들이었다. 브론스키가 무슨 말을 할 때마다 그녀의 눈은 더욱 빛났고 표정은 자신감으로 넘쳐흘렀다."

"난 사랑을 원해. 그런데 사랑이 없어. 그러니 모든 게 끝난 거야."

"'내 사랑은 더욱더 열정적으로, 더욱더 이기적으로 변해 가는데 그의 사랑을 점점 꺼져 가고 있어. 우리가 어긋나는 것도 바로 그 때문이야.' 그녀는 계속 생각했다. '어쩔 도리가 없어. 나로서는 모든 것이 오직 그 사람 하나에 있기 때문에 그가 내게 자신의 전부를 더욱더 많이 쏟아주기를 바라는 거야. 그런데 그는 내게서 더욱더 멀어지려고 하지. 우리는 관계를 맺기 전까지 서로를 향해 나아갔는데, 그 후로는 자신도 어쩔 수 없는 힘에 의해 각자 다른 방향으로 멀어지고 있어. 그리고 이것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해. 그는 내가 분별없이 질투한다고 말하지. 나도 스스로에게 내가 분별없이 질투한다고 말하곤 했어. 하지만 그건 옳지 않아. 난 질투를 한 게 아니라 불만을 품었던 거야."

"우리는 고통받기 위해 창조되었어. 사람들은 그걸 알면서도 자기를 기만하려 하지. 그러나 만약 진실을 보게 된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무얼 보더라도 끔찍하기만 하다면 촛불을 꺼도 되지 않을까? 하지만 어떻게 끄지?"

"'이제 어디가지?' 그러자 문득 처음 브론스키와 만났던 날 기차에 치여 죽은 사람이 떠올랐다. 그녀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할 지 알았다. 차체 밑으로 엎드리듯 뛰어들어 바닥을 짚었다. "하느님, 용서하소서!"" 

 

2) 브론스키의 문장

"그는 그녀가 가여웠으나, 그럼에도 그녀에게 화가 치밀었다. 그는 그녀에게 자신의 사랑을 맹세했다. 왜냐하면 지금은 그것만이 그녀를 진정시킬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말로 그녀를 질책하지 않았지만 마음으로는 그녀를 비난하고 있었다."

"... 그러나 브론스키가 이 왕자를 유난히 불쾌하게 느낀 중된 이유는 왕자에게서 무심결에 자기 자신의 모습을 보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가 이 거울에서 본 것은 그의 자존심을 치켜세워 줄 만한 것이 못 되었다. 그 모습은 너무나 어리석고 너무나 자신만만하고 너무나 건강하고 너무나 깔끔한 사내에 지나지 않았다. 그는 신사였다. 그것은 사실이었다. 브론스키도 그 점을 부인할 수는 없었다. 그는 최고상류층에게 아첨하지 않는 당당한 태도를, 그보다 신분이 낮은 사람에게는 모욕적일 만큼 친절한 태도를 보였다. 브론스키 자신도 그런 사람이었고 그러한 모습을 훌륭한 미덕으로 여겼다. 하지만 왕자와의 관계에서 그는 신분이 낮은 쪽이었다. 그런 상황에 놓이자, 모욕적일 만큼 친절한 왕자의 태도가 그의 마음에 몹시 거슬렸다."

 

3) 레닌의 문장

"그는 자신이 예전보다 죽음의 의미를 더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죽음의 불가피함이 더욱 두렵게 보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내가 옆에 있어 준 덕분에 그러한 감정도 그를 절망으로 이끌지는 못했다. 그는 죽음이 존재한다 할지라도 살고 사랑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사랑이 그를 절망으로부터 구원했다는 것. 그 사랑이 절망의 위협 아래서 더욱 강해지고 순수해졌다는 것을 느꼈다."

"난 여전히 나의 두려움 때문에 아내를 비난하고 그것을 후회하겠지. 나의 이성으로는 내가 왜 기도를 하는지 깨닫지 못할  테고, 그러면서도 난 여전히 기도를 할 거야. 하지만 나에게 일어날 수 있는 그 모든 일에 상관없어. 이제 나의 삶은, 나의 모든 삶은, 삶의 매 순간은 이전처럼 무의미하지 않을 뿐 아니라 선의 명백한 의미를 지니고 잇어. 나에게는 그것을 삶의 매 순간 속에 불어넣을 힘이 있어." 

 

3. 톨스토이의 철학

<조용한 시골, 친절을 기대하지 않는 주민들에게 선을 베풀며 산다. 그리고 의미가 조금이라도 부여된 소일을 한다. 나머지는 휴식, 자연, 책과 음악, 그리고 이웃에 대한 사랑으로 사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행복이다.>

몇 년간 내 인스타그램 프로필에 적혀있는 글귀. 바로 레프 톨스토이가 남긴 귀한 글이다. 위의 글에서도 느껴지다시피 톨스토이는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물질적 소유를 거부하는 것을 강조한다. 그는 부와 권력의 추구가 인생의 진정한 의미에서 사람들을 현혹하는 요소라고 생각하며 사회의 부패한 영향에 벗어나도록 자유롭고 단순하고 자급자족적인 삶을 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비폭력의 원칙을 중요하게 여겨  전쟁과 폭력을 맹렬히 반대했다. 모든 종류의 폭력은 도덕적으로 부적절하며 사람들은 평화적으로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그의 철학은 20세기 비폭력적 저항 운동의 큰 발전을 미쳤다. (그런 선대의 뜻을 받들지 못하는 후대의 극악의 인물, 푸틴은 반성하라!) 그는 또한 기독교적 인물로 인간의 삶의 목적은 예수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따라 도덕적 완성을 추구하는 것이나 체계적인 종교를 거부하고 개인이 스스로 영적 진실을 찾아가야 한다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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