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그리스인 조르바는 늘어지는 문체(번역본의 한계인 듯)의 답답함에도 불구하고 자유롭고 순수한 영혼인 '조르바'의 매력때문에 지루할 새 없이 재밌게 읽히는 소설이다. 소설의 내용 반할 수 밖에 없는 조르바의 매력포인들, 그리고 실존인물이었던 그들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겠다.
1. 그리스인 조르바 줄거리
그리스인 조르바는 이야기인 화자인 '나'가 만난 '조르바'라는 인물에 대한 이야기다. 행동하지 않던 지식인이던 '나'는 친구의 충고로 정신을 차리고 탄광사업을 하기 위해 크레타 섬으로 향한다. 배 안에서 만난 65세의 조르바는 그에게 자신을 데려가라고 말한다. '나'는 그에게 매력을 느껴 그를 탄광 사업의 감독인으로 쓰기로 하고 동행하게 된다. 크레타 섬에 도착한 조르바는 오르탕스라는 과부가 운영하는 여인숙에 머물게 되고 그녀의 엉덩이에 반해 산투르 연주와 유려한 말빨로 그녀를 유혹해 연인사이가 된다. 갈탄광 개발에 착수하게 된 그들. 조르바는 '나'의 간섭을 거부하고 자신에게 맡겨달라고만 한다. (그러나 결과적으론 그는 매력적인 인간이나 훌륭한 일꾼은 아니였던 듯) '나'는 그와 함께 하는 시간이 흐를 수록 그의 터프하고 정제되지는 않았지만 열정적이고 자유로운 영혼에 서서히 매료된다. 그러나 탄광사업은 순탄치 않았다. 탄광이 무너지는가 하면 자재를 구하러 출장을 보낸 조르바가 여자에 정신이 팔며 자금을 횡령하고 돌아오기도 한다. 우여곡절 끝 케이블 고가선을 완성하고 기공식을 하던 날, '불꽃의 소낙비'가 쏟아지며 목재들이 다 타버리고 결국 철탑이 무너지며 현상은 아수라장이 된다. 구경꾼들은 모두 줄행랑 치고 조르바와 '나'는 단둘이 바닷가에 앉아 사고 얘기는 일체 없이 그저 양고기를 뜯고 술을 마시며 미친 듯 춤을 추고 웃음을 터트란다. '나'는 모든 것을 잃고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뜻밖의 해방감과 지고의 행복감을 느끼며 정복자가 된 기분마저 느끼게 된다. '나'는 외국으로 여행을 떠나며 조르바에게 훗날의 만남을 기약하지만 조르바는 영원한 이별이라며 절절한 울음을 터트리며 헤어짐을 맞이한다. 그들은 편지를 통해 안부를 주고받다가 어느날 조르바가 죽었다는 편지를 받으며 소설을 끝을 맺는다.
2. 조르바의 매력포인트
줄거리에서는 조르바의 매력이 하나도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 책은 다른 고전소설들과는 달리 자유롭고 통쾌한 주인공의 기행으로 읽는 재미가 있는 소설이다. 조르바의 정직함에, 자유로움에, 순수함에, 애매모한 감정이 섞이지 않는 순수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된다. 내가 반한 조르바의 매력포인트!
1) 순간을 즐길 줄 아는 남자, 까르페디엠!
조르바는 어제도 내일도 생각하지 않는다. 오늘,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할 뿐이다. 여자를 꼬실 때에도 '두목'이라고 칭하는 '나'에게도 자리를 비켜달라고 할 만큼 최선을 다해 여자를 꼬시지만 탄광 일을 할 때에는 여자에게 눈길도 주지않고 일에만 몰두한다. 지금 이 순간 자기가 하고 싶은 일, 해야 하는 일에 행동으로 보일 뿐이다. 지식과 이상에 심취해 있지만 행동으로 옮기지 못하는 화자인 '나'와는 대조되는 부분이다.
2) 불완전한 자신을 인정하고 자신을 믿는 모습
그는 신도, 사람도 믿지 않는다. 오로지 자신만을 믿을 뿐. 그가 오만해서가 아니다. 그는 젊은 날 전쟁에서 수많은 사람을 죽이기도 하고 60대가 넘도록 심한 여성편력을 가진 바람둥이다. 심지어 '나'의 탄광 사업도 대차게 말아먹지 않았던가. 그러나 그가 자신만을 믿는 이유는 '나는 내가 다스릴 수 있는 오직 하나의 존재이고 내가 아는 하나밖에 없는 놈'이라서라고 말한다. 고전 소설의 나약하고 흔들리는 숱한 주인공과는 분명히 차별되는 모습에서 묘한 쾌감마저 느껴진다.
3) 그토록 순수한 영혼
나이 60살이 넘은 자가 꽃핀 나무를 보거나 한 잔의 냉수를 마실 때에도 경이로움을 느낀다고 소설은 말한다. "조르바는 매일 모든 것을 생전 처음 보는 듯 대했다." 바로 이 부분이 내가 조르바를 사랑하고 경이롭게 느끼는 가장 큰 지점이다. 매일을 기적처럼 대하는 조르바. 그런 그에게 이 인생은 얼마나 다채롭고 경이롭고 재미있을까? 그런 삶의 태도이기에 매순간을 치열하게, 즐겁게, 감사하게 채워나갈 수 있었을 것이다.
3. 자전적 소설 - 실존인물인 '나'와 조르바
소설 속 '나'는 작가인 니코스 카잔차키스, '조르바'는 작가가 실제로 만난 실존인물 '조르바'로 이 소설은 자전적 소설이라고도 볼 수 있다. 소설의 '나'는 니체와 붓다 사상에 심취한 지식인으로 나오는데 실제로 카잔차키스의 행보 역시 그와 같았다. 또한 '조르바'라는 일꾼을 고용해 갈탄 사업을 시작한 것도 실제로 있었던 일이다. 카잔차키스는 자기 영혼의 지도자로 호메로스, 베르그송, 니체 다음으로 꼽은 사람이 조르바라고 말할 정도로 그에 대한 존경과 찬사를 드러냈다. 그는 그의 자서전에서 이렇게 말했다. "... 힌두교도들은 '구루'라고 부르고 수도승들은 '아버지'라고 부르는 삶의 길잡이를 한 사람 선택해야 했다면 나는 틀림없이 조르바를 택했을 것이다." 그리스인 조르바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카잔차키스의 핵심적 가치인 <메토이소노(거룩하게 되기)>를 이해해야 한다. 물리적, 화학적 변화 너머에 존재하는 변화. 예를 들어 포도가 포도즙이 되는 것은 물리적 변화, 포도주가 되는 것은 화학적 변화다. 포도주가 사랑이 되고 성체가 되는 것. 그것이 바로 메토이소노, 거룩하게 되기이다. 모든 것을 잃은 그 날, 자유인 조르바는 바닷가에서 춤을 췄고 훗날 카잔차키스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보라, 조르바는 사업체 하나를 <춤>으로 변화시켰다. 이것이 바로 '메토이소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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